[재테크] 3.6% 예금이면 원금 2배까지 20년 — 복리를 암산하는 ’72의 법칙’

연 3.6% 예금에 넣은 목돈이 원금의 2배가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20년. 계산기도 로그 함수도 없이 이 ’20년’을 3초 만에 뽑아내는 ’72의 법칙’을 구조로 해체합니다.

안녕하세요, dailybetter입니다.

계산기도, 로그 함수도 없이 이 ’20년’을 머릿속에서 3초 만에 뽑아내는 방법이 있습니다. 바로 금융권에서 오래도록 쓰여온 ’72의 법칙’입니다.

오늘은 이 단순한 나눗셈 하나가 왜 복리의 속도를 꽤 정확하게 맞히는지, 그리고 어디서부터 어긋나기 시작하는지까지 구조를 뜯어보겠습니다.

3.6% 예금이면 원금 2배까지 20년 — 복리를 암산하는 '72의 법칙'

72를 이자율로 나누면 끝, 왜 하필 72일까

72의 법칙은 이름 그대로입니다. 72를 연 수익률(%)로 나눈 값이, 원금이 2배가 되는 데 걸리는 대략적인 햇수입니다. 연 3.6%라면 72 ÷ 3.6 = 20, 즉 20년입니다. 연 6%면 12년, 연 8%면 9년이 나옵니다.

핵심은 ‘왜 72인가’입니다. 원금이 정확히 2배가 되는 시점은 수학적으로 자연로그를 쓴 ln(2) ≈ 0.693, 즉 69.3에서 결정됩니다. 이론상 가장 정확한 숫자는 69.3이지만, 72는 2·3·4·6·8·9·12로 딱 떨어져 암산하기 압도적으로 편합니다. 정밀도를 조금 내주고 계산 편의를 얻은 절충값인 셈입니다. 그래서 실무에서는 69도 70도 아닌 72가 표준으로 자리 잡았습니다.

3.6% 예금은 20년, 숫자로 확인해봅니다

72의 법칙이 실제 복리 계산과 얼마나 맞는지 대비해보겠습니다. 아래는 ’72÷이자율’로 구한 근사값과, 실제 연복리로 원금이 2배가 되는 정확한 햇수입니다.

연 수익률 72의 법칙(근사) 실제 2배 도달
2% 36년 35.0년
3.6% 20년 19.6년
6% 12년 11.9년
8% 9년 9.0년
12% 6년 6.1년

표에서 보이듯 오차는 대부분 1년 안쪽입니다. 특히 연 8% 부근에서 근사와 실제가 거의 완벽히 겹칩니다. 72라는 숫자 자체가 8% 언저리에서 오차가 최소가 되도록 맞춰진 값이기 때문입니다.

거꾸로도 쓸 수 있습니다. “10년 안에 목돈을 2배로 불리려면 몇 %가 필요할까”가 궁금하다면 72 ÷ 10 = 7.2, 즉 연 7.2% 수익률이 필요하다는 답이 바로 나옵니다. 목표 기간을 정해두고 필요한 수익률을 역산할 때 특히 유용합니다.

물가에도 거꾸로 적용됩니다

72의 법칙은 자산을 불리는 쪽에만 쓰이지 않습니다. 내 돈의 가치가 반토막 나는 속도를 재는 데도 똑같이 작동합니다. 물가상승률이 연 3%라면 72 ÷ 3 = 24, 즉 24년 뒤에는 지금의 1만 원이 실질적으로 5천 원어치 구매력밖에 갖지 못한다는 뜻입니다.

여기서 예금의 함정이 드러납니다. 3.6% 예금으로 원금을 2배 만드는 데 20년이 걸리는데, 그동안 물가가 연 3%씩 오른다면 돈의 가치는 24년 만에 절반이 됩니다. 명목상 자산은 2배가 됐지만 실질 구매력 증가분은 생각보다 훨씬 얇습니다. 복리의 속도를 볼 때 반드시 물가라는 반대편 시계도 함께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.

72의 법칙이 어긋나는 세 가지 구간

편리한 도구일수록 한계를 알고 써야 합니다. 이 법칙은 다음 상황에서 오차가 커지거나 결과가 왜곡됩니다.

첫째, 세금을 빼지 않은 명목 수익률을 넣으면 실제보다 빨라 보입니다. 일반 예금 이자에는 15.4%의 이자소득세가 붙습니다. 연 3.6% 예금의 세후 실수익률은 약 3.05%이고, 이걸 넣으면 72 ÷ 3.05 ≈ 24년으로 실제 체감에 훨씬 가까워집니다. 세전 숫자로 암산하면 4년이나 낙관하게 됩니다.

둘째, 수익률이 아주 낮거나 아주 높으면 오차가 벌어집니다. 연 2%처럼 저금리 구간이나 연 20%가 넘는 고수익 구간에서는 근사와 실제가 1~2년 이상 벌어질 수 있습니다. 이럴 때는 저금리 쪽은 69~70, 고수익 쪽은 73~74로 나눗셈 기준 숫자를 바꾸면 정확도가 올라갑니다.

셋째, 수익률이 매년 들쭉날쭉한 상품에는 애초에 맞지 않습니다. 72의 법칙은 ‘매년 일정한 복리’를 전제로 합니다. 주식이나 변동성 큰 자산처럼 해마다 수익률이 오르내리는 경우, 이 계산은 방향을 잡는 감각용일 뿐 정밀한 예측 도구가 아닙니다.

Q. 예금 말고 주식·펀드에도 쓸 수 있나요?
장기 평균 기대수익률을 넣어 ‘대략 몇 년’을 가늠하는 용도로는 유용합니다. 다만 변동성이 큰 자산은 특정 해에 손실이 날 수 있어, 실제 도달 시점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.

Q. 72 대신 다른 숫자를 써도 되나요?
이론상 가장 정확한 기준은 69.3입니다. 연 5% 이하 저금리에는 70, 8% 부근에는 72, 두 자릿수 고수익에는 73 정도로 바꾸면 오차가 줄어듭니다. 편의를 우선한다면 72 하나만 기억해도 충분합니다.

숫자를 넣기 전에 확인할 것

72의 법칙은 정밀 계산기가 아니라 방향 감각을 잡는 도구입니다. 그래서 어떤 숫자를 넣느냐가 결과의 신뢰도를 좌우합니다. ① 반드시 세후·실질 수익률을 넣을 것, ② 자산을 불리는 계산과 물가로 돈이 줄어드는 계산을 함께 돌려볼 것, ③ 변동성 큰 상품에는 ‘정확한 예측’이 아니라 ‘대략의 감’으로만 쓸 것. 이 세 가지만 지키면 복리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손에 잡히는 시간 단위로 바꿔 볼 수 있습니다.

“복리는 시간의 함수입니다. 그 시간을 눈에 보이게 만들면, 오늘의 선택이 달라집니다.”

💡 dailybetter 분석가 Note

72의 법칙이 진짜로 알려주는 건 ‘2배까지 20년’이라는 숫자 자체가 아니라, 낮은 수익률에서 복리가 얼마나 답답하게 느리게 작동하는가입니다. 3.6%에서 20년, 물가를 감안하면 실질 증가는 그마저도 얇아집니다.

이 감각을 손에 쥐면, 단 1~2%포인트의 수익률 차이가 왜 수십 년 뒤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드는지, 왜 자산 배분에서 수수료와 세금을 그토록 따지는지가 직관적으로 이해됩니다. 복리는 시간의 함수이고, 72의 법칙은 그 시간을 눈에 보이게 만드는 가장 값싼 도구입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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